가을이 되면 "남은 연차 언제 쓸지 적어 내라"는 공지가 돌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연차 사용촉진입니다. 회사가 법에 정한 절차를 정확히 밟으면 못 쓴 연차의 수당 지급 의무가 사라지고, 절차를 하나라도 어기면 근로자는 수당을 그대로 받습니다. 근로자에게는 수십만~수백만 원이 걸린 문제이니 절차의 요건과 기한을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의 근거 — 근로기준법 제61조
연차유급휴가(제60조)는 1년 동안 쓰지 않으면 소멸하지만, 소멸한 휴가만큼 사용자는 미사용 연차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제61조는 사용자가 아래 절차를 모두 이행했는데도 근로자가 휴가를 쓰지 않은 경우에 한해 이 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합니다.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되며, 입증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 대상 | 1차: 사용 시기 지정 촉구 | 근로자 회신 | 2차: 사용자 지정 통보 |
|---|---|---|---|
| 1년 이상 근로자 (제61조 제1항) | 사용기간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근로자별 미사용 일수를 알리고 사용 시기를 정해 통보하라고 서면 촉구 | 촉구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사용 시기를 정해 통보 | 근로자가 회신하지 않으면 사용기간 끝나기 2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시기를 정해 서면 통보 |
| 1년 미만 근로자 (제61조 제2항) | 최초 1년 근로기간 끝나기 3개월 전 기준 10일 이내 촉구 (촉구 후 새로 생긴 휴가는 1개월 전 기준 5일 이내) | 10일 이내 (촉구 후 발생분은 5일 이내) | 1개월 전까지 지정 통보 (촉구 후 발생분은 10일 전까지) |
1년 미만 근로자 특례는 2020년 3월 개정으로 신설됐습니다. 그 전에는 입사 첫해에 매달 생기는 연차(최대 11일)에 대해 촉진이 불가능해 사용자가 수당을 전액 부담해야 했습니다.
계산 예시 — 기한은 이렇게 잡힌다
예시 1. 기한 계산 세 가지 경우
| 경우 | 연차 사용기간 | 1차 촉구 기간 | 2차 지정 통보 마감 |
|---|---|---|---|
| 회계연도 기준 회사 | 2026-01-01 ~ 2026-12-31 | 2026-07-01 ~ 07-10 | 2026-10-31 |
| 입사일 기준 (2024-03-02 입사, 3년 차분) | 2026-03-02 ~ 2027-03-01 | 2026-09-02 ~ 09-11 | 2027-01-01 |
| 1년 미만 (2026-01-15 입사) | 입사 ~ 2027-01-14 | 2026-10-15 ~ 10-24 | 2026-12-14 |
회계연도 기준 회사라면 2차 지정 통보 마감이 10월 31일입니다. 1차 촉구를 7월 1~10일 사이에 받지 않았다면 이미 요건을 놓친 것이고, 10월 31일이 지나서 지정 통보를 받았다면 마찬가지로 요건 미달입니다. 1년 미만 근로자라면 촉구 이후에 생긴 11월 15일·12월 15일 발생분에 대해 12월 15~19일 사이 별도 촉구와 2027년 1월 4일까지의 지정 통보가 따로 필요합니다. 내 연차가 몇 일인지는 연차 계산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시 2. 절차가 무효가 되면 받는 수당
미사용 연차수당은 이고, 주 40시간 근무자의 1일 통상임금은 입니다.
| 월 통상임금 | 1일 통상임금 | 미사용 일수 | 촉진이 적법할 때 | 촉진이 무효일 때 |
|---|---|---|---|---|
| 300만원 | 114,833원 | 5일 | 0원 | 574,163원 |
| 420만원 | 160,766원 | 8일 | 0원 | 1,286,124원 |
| 350만원 | 133,971원 | 15일 | 0원 | 2,009,569원 |
같은 미사용 일수라도 촉진 절차의 적법성에 따라 0원과 수백만 원이 갈립니다. 연차수당은 근로소득이라 지급 시 소득세와 4대보험이 붙고(상여·수당의 세금 구조와 같음), 퇴직 전 1년 안에 받은 연차수당은 3/12만큼 퇴직금의 평균임금에도 반영됩니다.
지정일에 출근했다면 — 대법원 판례
회사가 2차로 휴가일을 지정했는데 근로자가 그날 출근해 일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다279283 판결은 "사용자가 휴가일에 근로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노무의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거나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휴가를 쓰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어 사용자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지정일에 출근한 근로자를 회사가 그냥 일하게 뒀다면 촉진 효과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수당을 면제받으려면 노무수령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하며(책상 위 통지서, PC 접속 차단 등), 이 입증 책임도 회사에 있습니다.
자주 틀리는 지점
- "사내 공지 한 번이면 끝": 촉구는 근로자별로 미사용 일수를 명시해 개별적으로 해야 합니다. 게시판 공지나 단체 메일의 "각자 알아서 쓰세요"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 구두 통보: 법은 서면을 요구합니다. 다만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판례는 전자결재·그룹웨어·이메일이라도 근로자별로 도달과 수신이 확인되고 내용이 보존된다면 서면으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도달 확인이 안 되는 단순 메일 발송은 다툼의 여지가 큽니다.
- 기한 밖의 촉구: 6개월 전 기준 10일 이내라는 기한을 벗어난 촉구(예: 회계연도 기준인데 8월에 처음 촉구)는 효력이 없습니다. 날짜가 요건입니다.
- 2차 지정을 하지 않음: 1차 촉구만 하고 근로자가 회신하지 않았는데 사용자가 휴가일을 지정하지 않았다면 촉진은 완성되지 않아 수당이 발생합니다.
- 근로자가 회신한 날짜를 회사가 거절: 근로자가 정해 통보한 사용 시기를 회사가 업무상 이유로 막았다면, 그 휴가를 쓰지 못한 책임은 회사에 있어 수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퇴직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오해: 사용 촉진은 연차를 쓸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을 때의 제도입니다.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끝나면 남은 연차는 촉진 여부와 관계없이 수당으로 정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1년 미만 연차 11일과 1년 차 15일을 한 번에 촉진: 두 휴가는 사용기간이 다르므로 각각의 기한에 맞춰 별도로 촉진해야 합니다.
-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자체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촉진 문제도 없습니다. 다만 취업규칙·근로계약서에 연차를 정했다면 그에 따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가 연차 촉진 통보를 이메일로 보냈는데 유효한가요?
A. 법은 서면을 요구하지만,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판례는 이메일·전자결재라도 근로자별로 도달이 확인되고 내용이 보존된다면 서면으로 인정하는 경향입니다. 반대로 수신 확인이 되지 않거나 전 직원 대상 일괄 공지 형태라면 효력이 다퉈질 수 있습니다. 받은 메일이 본인 이름과 미사용 일수를 명시한 개별 통보인지 확인해 보세요.
Q. 지정된 날에 회사가 일을 시켰어요. 수당을 받을 수 있나요?
A. 대법원 2019다279283 판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의 출근을 알고도 노무수령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았거나 업무 지시를 했다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휴가를 쓰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어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업무 지시 메신저, 결재 기록 등을 증거로 남겨 두세요.
Q. 연차 촉진을 받았는데 쓰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회사가 1차 촉구와 2차 지정 통보를 법정 기한과 방식대로 모두 이행했고 지정일에 노무수령도 거부했다면, 사용하지 않은 연차는 수당 없이 소멸합니다. 이 경우 금전적으로 보상받을 방법이 없으므로, 촉구를 받으면 회신 기한 안에 실제로 쓸 날짜를 정해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 글은 2026-09-28 기준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된 일반 정보이며, 법률·노무 자문이 아닙니다. 연차 사용촉진의 적법성은 통보 방식, 도달 여부, 기한, 노무수령 거부 여부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됩니다. 구체적인 분쟁은 고용노동부(국번 없이 1350)나 공인노무사와 상담하세요.